“우리 결혼 준비는 알콩달콩 영화처럼 하자!”
그런 말도 결혼 준비가 시작되기 전까지였다.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치열했다. 드레스는 왜 이렇게 많고, 예식장은 다 거기서 거기 같은데 가격은 또 천차만별이고, 스드메는 패키지가 좋은 건지 따로 하는 게 이득인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SNS에서 광고 하나가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인천웨딩박람회, 예비부부를 위한 원스톱 솔루션!’
솔직히 말해 이름부터 솔깃했다. ‘박람회’라는 말이 주는 묘한 믿음감이랄까? 그리하여 나는, 아니 ‘우리’는 큰맘 먹고 주말을 통째로 비우고 인천으로 향했다.
우린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는데…
박람회장 입구부터 뭔가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
“사전 예약 하셨죠?”라는 친절한 인사와 함께 받는 웰컴 기프트. 작은 쇼핑백에 신혼 생활에 요긴할 만한 샘플 제품들이 담겨 있었다.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진짜는 그 다음이었다.
드레스 존, 예식장 존, 스드메 존, 신혼여행 존, 혼수 존…
정신없이 돌다 보니 어느새 내 손엔 상담 신청서가 4장, 예비 신랑은 할인쿠폰이 가득한 브로셔를 꼭 쥐고 있었다. 우리는 분명 ‘그냥 보러만’ 온 사람들이었는데 말이다.
드레스 피팅 체험 = 예비신부 환장 코너
솔직히 드레스 피팅 체험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인기 있는 드레스샵 몇 군데가 직접 샘플을 가져와서 피팅 체험을 진행했는데, 상담사분이 “이 디자인, 키 크신 분들한테 정말 잘 어울려요~”라고 했을 때, 나는 이미 마음을 뺏겼다.
예비 신랑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내가 드레스를 입고 돌아섰을 때, 그 표정은 분명 ‘진짜 예쁘다’였다. 안 그랬다면 나는 아직도 그 표정이 뇌리에 남아있진 않았을 테니까.
예식장 상담은 마치 부동산 상담처럼
예식장 상담은 박람회에서 가장 진지한 순간이었다.
특히 인천 지역 예식장들의 비교 리스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게 신의 한 수. 날짜별 혜택, 뷔페 품질, 대관료 할인 조건 등 실전 정보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박람회 한정 특가가 걸려 있는 곳도 많아서, 우리가 상담받은 예식장은 평소보다 200만 원 이상 저렴한 조건을 제시했다. 괜히 현장 예약하라는 게 아니었다.
“스드메”라는 이름의 미로
인천웨딩박람회 한쪽 구역에서는 ‘스드메 패키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업체들마다 자랑하는 포트폴리오 사진이 어찌나 예쁜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문제는, 이 예쁜 사진들이 실제 견적과 만났을 때의 충격이었다.
하지만 박람회에서는 ‘방문 상담 할인’, ‘계약 시 앨범 업그레이드’ 같은 실속 혜택들이 가득해서 결국 마음에 드는 한 업체와 가계약을 하게 되었다.
“계약은 신중하게”가 철칙인 예비부부에게도, 박람회 한정 혜택은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신혼가전, 이것도 직접 보고 고르면 꿀잼
특히 기억에 남는 건 가전·가구 부스였다.
LG, 삼성, 한샘 같은 브랜드들이 직접 참여해서 제품 체험도 가능했고, 미리 카달로그만 보던 것들을 직접 만져보며 비교할 수 있었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인덕션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우리를 보며 직원이 웃으며 말하길,
“여기 오신 예비부부들 다 그렇게 만져보고 가세요.”
뭔가 안도감과 동지애가 느껴졌다.
결론: 인천웨딩박람회, 생각보다 훨씬 알찼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걸 얻어왔다. 상담자료는 물론이고, 향후 일정 정리까지 해줬던 체크리스트, 직접 입어본 드레스 경험, 실속 가전 가격 정보, 그리고 “아 이제 진짜 결혼 준비 시작됐구나” 하는 실감까지.
박람회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건 정말 ‘결혼 준비의 내비게이션’ 같은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예비부부라면 한 번쯤 꼭 가볼 만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팁 하나만 주자면…
꼭 사전 예약하고 가자!
현장 등록은 줄도 길고, 사전 예약자 전용 사은품이나 상담 우선권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사전 등록이 답이다.
그리고 ‘그냥 구경만’ 하겠다는 마인드는 되도록 두고 가지 말자.
박람회에 들어서는 순간, 결혼 준비의 세계로 빠져든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진짜다, 웨딩박람회는 그냥 쇼핑이 아니다. 작은 결혼의 축소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