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되면 사람이 달라진다고 하더니, 진짜다. 원래 나는 쿠팡 장바구니에 뭘 넣어도 ‘내일 생각하자’ 하고 잠드는 성격이었는데, 결혼 준비에 들어서니까 전투 모드다. 드레스? 체크. 스드메? 체크. 예식장? 어휴, 찾다가 지구 한 바퀴는 돈 느낌. 그러던 중, 마치 결혼 준비의 보물지도를 발견한 것처럼 ‘춘천 웨딩박람회’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춘천 가는 길에 닭갈비 먹고, 박람회도 보고 오면 딱이겠다~”라는 말로 예비 신랑을 꼬셨다. (나름 실속형 로맨티스트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 아침, 서울에서 춘천행 차에 몸을 실었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뻔한 부스 몇 개 보고 오는 거 아닐까?’ 싶었지만, 그 생각은 입장 후 3분 만에 박살났다. 이건 그냥 박람회가 아니라 결혼 준비의 지름길이었다.
“신부님, 드레스 체형 상담 받아보셨어요?”
입장하자마자 드레스 존부터 돌진했다. 상담받기 전엔 나는 그냥 ‘A라인이면 날씬해 보이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만 갖고 있었다. 그런데 상담사 분이 내 체형, 어깨선, 골반 라인을 쭉 보더니 “신부님은 A라인보단 머메이드가 더 여성스럽게 떨어질 거예요. 허리선이 길어서 머메이드도 부담스럽지 않아요.”라는 말에 숨이 멎었다. 무슨… 체형 점괘 보는 줄.
게다가 일부 업체는 현장에서 ‘피팅권 이벤트’도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내가 당첨! 생전 처음 드레스를 입어본 날, 나도 모르게 거울 앞에서 “예쁘다…”를 연발하며 현실 자아가 무너졌다. 예비 신랑도 슬쩍 눈물을 훔쳤…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아마 조명이 너무 밝아서였을지도.
실속파 예비부부를 위한 ‘스드메’ 전쟁터
결혼 준비의 삼대장 –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이걸 묶어 ‘스드메’라 부르는데, 이 조합이 가격도 천차만별,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라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춘천 웨딩박람회 스드메 부스에서는 다채로운 스드메 패키지를 비교해볼 수 있었다. 더 대박인 건, 현장에서 계약하거나 상담만 해도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
한 부스에선 ‘계약 시 50만 원 상당 헤어 액세서리 무료 대여’, 또 다른 부스에선 ‘촬영 원본 전량 제공’ 같은 조건들이 줄줄이 붙어있었다. 순간, 마음속에 쇼핑몰 VIP 마인드가 깨어났다. “지금 안 하면 손해야.” 그렇게 우리는 세 군데 상담을 돌고, 딱 한 곳에 계약! 선택 기준은 단 하나, 예비 신랑이 제일 웃으며 내 사진을 본 샘플집.
결혼식장, 어디까지 알아보셨어요?
예식장은 사실 인터넷만 뒤져도 수도 없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보고 싶은 조건에 딱 맞는 곳은 찾기 어렵다는 점. 춘천 웨딩박람회에선 춘천, 원주, 강릉 등 강원 지역 예식장들의 홍보 부스가 잔뜩 있었는데, 내가 찾던 ‘야외+실내 겸용’이 되는 웨딩홀이 딱 눈에 띄었다. 상담도 친절하고, 사진과 실제가 다르지 않다는 리뷰도 많아서 호감도 급상승.
게다가 여기서 처음으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스냅 촬영+예식장 할인 콜라보 혜택.” 웨딩업체와 예식장이 제휴를 맺고 있어 세트로 진행하면 추가 할인! 예비 신랑은 머릿속에서 금액 계산기 돌리느라 눈이 바쁘고, 나는 속으로 “이 박람회 진짜 잘 왔다”를 되뇌고 있었다.
신혼가전, 혼수품, 그리고 현실로 다가온 결혼
‘결혼 준비는 행복한 상상만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구역이 있다. 바로 신혼가전+혼수 품목 부스들. 웨딩박람회에 이게 왜 있을까 싶었는데, 막상 보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구성으로 가득하다. 냉장고는 용량별로, 세탁기는 스타일별로, 심지어 공기청정기 체험존까지.
예비 신랑은 거기서 공기청정기 버튼을 누르며 “이건 우리 강아지를 위해 꼭 사야 해”라며 감성 소비 모드 돌입. (우리는 아직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박람회에서 혼수 카탈로그를 챙기고, 실시간 혜택까지 비교할 수 있다는 게 어디냐.
춘천 웨딩박람회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돌아오는 차 안, 나는 박람회에서 받은 브로슈어와 샘플 사진들을 뒤적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이 준비할 수 있을 줄이야!’ 예비 신랑도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갈걸”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춘천 웨딩박람회는 단순한 ‘정보 수집’의 자리가 아니었다. 이건 말 그대로 결혼 준비의 속도와 질을 높여주는 전략 베이스캠프. 게다가 춘천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함께하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닭갈비까지 먹고 나면 이건 거의 데이트+준비의 1석 3조.
결혼 준비가 막막하다면? 아니,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더라도 한 번쯤은 가보길 강력 추천한다. 다음 박람회 일정도 이미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중이다. “결혼 준비? 춘천 웨딩박람회부터 찍고 가세요!”